임영방(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 임동락의 이번 전시를 축하하며 - 200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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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3-12-29 11:02 조회 855hit 댓글 0comment본문
임동락의 이번 전시를 축하하며
임영방(前 서울대학고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
前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파리시내의 콩코르드광장 중심에는 오벨리스크탑이 서있고, 광장 둘레에는 프랑스의 여러 중요한 도시들을 의인화한 좌상의 여인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나라전체의 화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여인상들이 광장의 분수대와 더불어 콩코르드광장이라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콩코르드광장과 개선문을 거쳐 직선상에 위치한 기념비적인 거대한 데팡스의 아르슈(Arche de la Defense)는 파리의 도시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파리시의 서부 입구 문에 해당되는 거대한 아르슈, 그 중심의 주변 공간(Espace de la grande Arche)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성격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에펠탑및 개선문과 함께 프랑스의 역사를 기념비적으로 상징해주는 거대한 아르슈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임동락이 한국으로부터 작품을 가져와 전시를 열고 있는 것은 작가로써도 크나큰 영광이지만 한국미술로써도 큰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르슈 문앞 광장(le parvis de la grande Arche)에 놓여 진 임동락의 기하학적인 형태의 스테인레스로 제작된 조형물들은 그 주변의 현대적인 건축의 곡선 진 추상적 선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조화를 잘 이루어 아름다운 환경미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임동락이 도시 공간 환경을 염두에 두고 그에 적합한 조형을 오랫동안 심도 있게 탐구해 왔기 때문이다.
임동락은 항구도시 부산에서 국제적인 바다 미술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그가 이렇게 일찍부터 자연공간, 도시공간에 어울리는 조형세계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랑드 아르슈가 산출한 추상적인 주변공간과 조화를 잘 이루는 조형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임동락이 선택한 기하학적인 기본형의 원통은 다양한 각도로 절단되어 원형, 타원형등의 면을 다각도로 보이고 있고, 또한 쌓아올린 탑의 형태가 되어 공간에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더더욱이 임동락은 주어진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고 존중하여 이를 작품에 수용했고, 더 나아가서 작품을 공간구성체의 자연스러운 한 요소로 자리 잡게 하여 공간전체에 생동감을 주게 했다. 그래서 스테인레스의 본연의 재질을 충분히 살려주는 기하학적인 추상형태로서의 그의 작품들은 그랑드 아르슈 주변공간의 추상성과 절묘한 교감을 이루어내고 있다.
임동락의 조형물들은 데팡스의 위압적인 공간과 분위기에 화답하듯 사방으로 방향을 둔 입체적인 형태를 보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의 조형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시점에 따라 형태를 달리 하고 변화하는 가변적인 조형성을 보여준다. 공간속에서 회전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임동락의 작품들은 이렇듯이 개방적인 넓은 공간을 반기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재료자체가 빛을 내고 반사하는 재질을 보이고 있어 시각적인 변화를 계속 야기 시키고 기이한 놀라움마저 갖게 한다. 이렇듯 개방적인 데팡스 공간에서 무한히 변화하는 가변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임동락의 작품들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미(美)가 과연 어떠한 것 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적절한 예일 것이다.
한편, 높이 쌓아올린 조형물과 같이 전시되고 있는 평면적인 곡선의 작품들도 형태와 그 재질로 반사되는 광채로 가변적인 미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요컨대, 임동락의 작품들은, 과연 아르슈 공간 같은 도시공간에 적합한 조형체는 어떠한 것인가? 또는 이른바 환경미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와 같은 미술에 합당한 장식적인 미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 하는 물음에 시원스러운 답을 주고 있다.
임동락은 그랑드 아르슈의 공간성에 부합하는 조형체를 구상하고 제작하기 위해 밤낮없이 공방에서 노동자가 되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체험적인 작업에 임했다. 그의 이러한 작업태도는 중세때의 장인(匠人)을 연상시킨다. 그렇기에 전시된 작품들이 격에 맞는 조형성을 갖추었음은 물론이고 작품의 제작도 아무런 흠 없이 완결되어 있다. 이 점은 재료를 직접 다루는 작가로서 재질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어 이에 따르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시공간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환경조각에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임동락, 그의 작품들은 이제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파리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그 곳의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균형미와 조화미, 그리고 일체감을 느끼게 되고, 동시에 곡선적인 리드미칼한 변화까지도 감지하게 된다. 이것이 아마도 작가가 보여주는 기하학적인 추상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라 그랑드 아르슈에 딸려 있는 위압적인 넓은 공간에 적합한 조형물을 만들어내어, 공간과 어우러지는 환경미술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었고, 한국의 환경미술이 외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 길문을 터준 임동락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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