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전 경남 도립 미술관장, 현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장) - 놓여진 조각으로서의 새로운 긴장 - 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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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3-12-22 16:20 조회 820hit 댓글 0comment본문
“놓여진 조각으로서의 새로운 긴장”
최승훈(경남 도립 미술관장)
임동락 작업의 최근 보여지는 바로는 그간 진행되어 온 기하학적인 작업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은 사물보기에서 기하학적인 해석에 대한 확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사물 양태의 해석은 이지적인 접근에 의하여 하나의 어법을 형성하고 있으며 질서에 의한 기하학적인 볼륨들은 조밀하게 짜여지면서 심미성을 표출한다. 물론 그의 작업 중에는 구체적인 형상이 묘사되거나 단순히 변형과정을 거친 채, 그 외양이 남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주된 그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는 일종의 주변적 시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모뉴멘털한 성격의 조형물은 태양 거석문화와 태초의 문명에 근접하는 것으로 서술되기도 했다. 즉, 단순구조의 석물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해시계나 돌멘이나 멘힐과 같은 까마득한 초기문명의 자태를 전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역사라는 측면에서 그 작품을 더듬기도 하였고 까마득한 시간의 간극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쩌면 적어도 그 발상의 출발점은 아니었을지라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장구한 시간의 무게를 싣고자 했을 거라는 추측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문학적 서술은 그의 작업 성격을 내러티브한 범주에 두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재질의 적절한 구사와 형태에서의 통일성 있는 매쓰와 면 처리에서 대단히 안정적이며 그 자체로, 아니 그 속에 존재하는 「질서」로 존재하게 하는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그의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부분 부분의 단위요소들이 반복하여 이어져 나가거나 짜 맞추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구축물은 열림과 닫힘, 풀림과 맺힘으로 흐름이 리드미컬하게 이루어진다. 대칭형이나 반복성을 보이는 경우로 또 다른 조각가 문신의 작업은 유기체로 이어지지만 임동락의 경우는 단위조직의 연결이라는 어법을 체계화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작품을 구성하는 어떤 이미지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다만 반복되는 규칙적 구조에 순응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바로 이렇게 그간의 임동락의 작업이 갖는 문학성은 걸러지고 순수조형에로 깊이를 더 해 가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이 현장의 맥락을 읽고 그 문맥에 작업을 맞추는 것이 상례적인 방식이라면 이제 임동락의 작업은 순수한 조형질서의 성격으로 어떠한 환경의 설정에도 무리 없이 놓여지는 것이다. 단지 디자인 측면에서처럼 그 구조물의 스케일과 설치 방향과 지점의 설정만이 고려될 뿐이다. 그의 작업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짜여져 하나의 소리를 형성하듯 각 요소들이 조합된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의태적 이기 보다는 의성적 이고 약호화 되거나 의미체가 아니라 몇 가지 음절에 의한 화성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성은 현장에서 공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아니 발견한 화성은 시시각각 다양한 것이어서 이러한 조형적 접근은 무궁무진한 양태의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선 요구되는 것은 그의 직감적인 감지능력이다. 특히 그는 옥외공간에의 운용에 익숙한 만큼 현장의 경관에 놓이는 작품은 항상 새로운 시각적 청량감을 제공하며 예술적 밀도를 형성한다. 그의 조각이 하나의 덩어리를 외각에서부터 깎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부분이 놓여진 후, 그 가변성 위에 또 다른 부분이 첨가됨으로써 매번 새로운 긴장을 낳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조각이 갖는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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